[CEO] 화려함보다 실속으로 승부…누구나 입는 `코웰 의류` 만들것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6/608533/
-홈쇼핑 언더웨어 판매 1위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
-겉만 화려한 디자인보다 좋은 원단·착용감 중시
-1분기 매출 두자릿수 늘어
-코로나에도 견고한 성장세
-유통 경험 쌓은 후 창업
-기획서 생산결정까지 3시간 빠른 의사결정이 경쟁력
-온라인 패스트패션 지향
이쯤 되면 패션계의 `언택트 기린아`라 불릴 만하다. 푸마, 아디다스, 캘빈클라인 등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그와 일하고 싶어한다. 일단 함께 손잡고 제품을 만들어 홈쇼핑에 팔기 시작하면 없었던 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아이템은 속옷. 브랜드별 연 매출은 수백억 원을 오간다.
바로 2002년 코웰패션을 창업한 이순섭 회장의 이야기다. 국내 패션업계 한 인사는 "한국 언더웨어 시장은 코웰패션 전후로 나눠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코웰패션이 국내 언더웨어 시장 규모 확대에 기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코웰패션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패션업계가 어렵다는 올해 1분기에 매출 998억원, 영업이익 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6.4% 성장을 이뤘다. 단 한 번도 역신장이 없었던 회사라 올 1분기 실적에 이목이 쏠렸는데 역시 `멈춤`은 없었다. 코웰패션 1분기 영업이익으로만 보면 사상 최대다. 국내 수많은 패션업체들은 올해 코웰패션의 성장 비결을 궁금해한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 회장은 "꼭 살 수밖에 없는 의류 제품에 집중한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행 관련 소비가 줄고 생필품 소비는 증가했는데 속옷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코웰패션은 소비자에게는 낯선 기업이지만, 제품을 몇 가지만 열거하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지는 회사다. 푸마, 캘빈클라인, 아디다스, 리복, 헤드 등의 언더웨어부터 엘르, 아테스토니 등의 의류·잡화까지 누구나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제품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할 때 유통사와 직접 거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중간에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업체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코웰패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격 정책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한국 유통구조를 잘 아는 업체가 필수"라며 코웰패션의 존재 의미를 덧붙였다. 코웰패션은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까지 일괄 담당한다. 일종의 턴키 방식이다.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사업 모델이다.
코웰패션은 지난해 매출 3947억원, 영업익 761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코웰패션의 경쟁력으로 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꼽는다.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 여부를 결정하는 데 3시간을 넘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하다 보면 스무 개 중 한두 개는 실패할 수 있는데 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이 정도 실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책임도 묻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이 회장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은 바로 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력임을 강조한다.
코웰패션 같은 기업 형태가 두루 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회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높은 현금 보유액이 바탕이 돼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빠른 결제가 뒷받침돼야 생산에 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코웰패션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적시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 볼륨도 만만치 않다. 가령 레깅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생산량이 100만장에 이른다. 규모의 경제가 되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뒤따라온다.
코웰패션이 언더웨어 부문에서 화려한 여성 속옷보다는 심플한 남성 속옷에 집중하는 이유도 리스크 관리와 관련이 있다. 고도의 디자인, 화려한 부자재 등이 들어가는 제품은 판매 리스크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필요하면 살 수는 있지만 꼭 사야 할 제품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향후 성장동력에 대한 구상도 탄탄히 다져놨다. 일단 글로벌 협업 브랜드는 현재 20여 개에서 5년 내 50여 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의 요청도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장밋빛 계획`만은 아니다. 한국 신유통 시장 규모도 계속 확대돼 글로벌 브랜드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시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캘빈클라인, 엠프리오 아르마니 등이 합류했다. 최근에는 푸마 스포츠 색도 추가됐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기업의 브랜드가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수·합병(M&A)도 고려 중이다. `똘똘한 오프라인`도 눈여겨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코웰패션에는 `잠재적인 잭팟`이 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 브랜드가 대박이 나면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면서 바로 1000억원대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시도하고 확장하면서 안 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승부사다운 기질에 늘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성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카테고리 다변화도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회장은 "언더웨어로 시작해 스포츠, 패션의류, 잡화, 뷰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계절별 매출 간극도 줄이고 있다"며 "7~8년 전부터 시작한 잡화·뷰티 사업은 10년이 지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이익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장은 잡화는 백팩 사업 확대, 뷰티는 올 하반기 온라인 전용 화장품 부문 투자를 예고했다.
향후 더 큰 목표는 영업이익 2000억원 규모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성과를 나누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코웰패션은 2014년 대명화학이 인수했다. 같은 해 필코전자와 합병해 패션사업과 전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947억원 중 패션과 전자 부문 매출은 각각 3580억원, 366억원이다. 최대주주는 대명화학(지분율 48%·올 5월 기준)이고 창업자인 이 회장은 2대 주주(22%)다.
▶▶ He is…
△1968년 경상남도 밀양 출생 △부산진고 △고려대 심리학과 △신세계 10년간 근무 △2002년 비케이코리아(현 코웰패션) 설립 △현재 코웰패션 회장